[더넓은뉴스]천천히 아름답게…‘마침표’ 찍는 일본

2016-11-02 7

초고령 사회 일본에선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운동이 활발합니다.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작성하고 유품처리 방법을 메모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도쿄 서영아 특파원의 더 넓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마트 한구석에 작은 강의가 열렸습니다.

책자를 넘기고 고개를 끄덕이며, 귀 기울이는 이들은 대부분 노인들입니다.

강연 주제는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처하는 법입니다.

[슈카쓰 박람회 참가자·80살]
"제 나이를 생각하면, 죽고 나서 어떻게 될지 그 이미지를 그려보려고 왔습니다."

장의사업의 영역은 2009년부터 라이프 엔딩 서비스, 즉 슈카쓰 박람회로 자리잡으면서 벌써 300회 넘게 치러졌습니다.

[슈카쓰 박람회 상담가]
"최근 일본에서는 (슈카쓰가) 트렌드니까요. 옛날에는 (죽음을) 금기시했는데 슈카쓰란 말이 나오면서 반대로 상담 받으러 와야 하지 않느냐…."

그 중에서도 가족에게 남길 '엔딩노트'를 쓰는 것은 슈카쓰를 준비하는데 있어 필수입니다.

박람회에서 마련한 엔딩 노트에 비상 연락망과 디지털 비밀번호, 유품 처리 방법 등 다양한 항목을 잘 기재해두면 사후에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현장음]
"그렇게요~ 취미는 무엇인가요?"

무료 영정사진 서비스는 기본.

[쓰루가 미호코 / 슈카쓰 박람회 참가자]
"8월이 생일이었는데 이제 슬슬 장례식 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입관 체험은 단연 이목을 끕니다.

[도쿠라 마이 / 슈카쓰 박람회 참가자]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제 인생에 대해서. 이런 기분이구나."

슈카쓰 관련 졸업 논문을 준비하다 박람회에 온 건데, 많은 걸 느꼈다고 합니다.

[도쿠라 마이 / 슈카쓰 박람회 참가자]
"일본인의 사생관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50대부터 80대까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현실입니다."

평소 아끼던 인형 장례식도 치러줍니다.

인형에도 생명이 있다고 여기는 일본인들의 독특한 관습입니다.

[도쇼지 스님 / 인형 장례식 담당]
"인간은 누구나 떠나야 하니 준비가 돼 있으면 그 후부터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책으로 집필해 남기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사에서는 은퇴한 기자들이 개개인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데 전쟁 전후의 기록을 담을 수 있어 특히 의미가 깊습니다.

[오기누마 마사미 / 아사히신문 '미디어 라보' 프로듀서]
"자신의 인생을 책 한권으로 묶는 경험은 그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어 완성되면 모두 감사하다고 합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인생의 마무리를 차분히 준비하는 일본인들의 자세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서영아입니다.

영상취재: 사토 쓰토무(vj)
영상편집: 박형기
그래픽: 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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